등산은 기초 체력과 장비 및 사전 준비 등 쉽게 생각했다가는 큰 코를 다치기 쉽다.
'나중에 정빈이가 크면 같이 등산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몇 년 뒤 가능한 나의 작은 소망이였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예상하지 않는 곳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정산부근까지 차량 접근이 가능 곳,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인 의령의 '한우산'이다.
의령의 주산인 자굴산 옆에 붙어 수줍게 자리 잡고 있는 한우산(836m)은 정상부근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을 억새명소로 손꼽힌다.
자굴산이 황소의 머리, 동남으로 길게 뻗은 한우산과 옹봉산의 산줄기가 몸통, 신덕산이 엉덩이 부분에 해당한다고 전해오며, 의령의 형님 산이 자굴산이라면 한우산은 동생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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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깊고, 수목이 울창하여 한 여름, 찬(寒) 비(雨)가 내린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몇 일 동안 매서워진 추워 때문에 단단히 무장하고 출발했다. 한우산은 누구나 쉽게 찾아가 갈 수 있도록 도로시설이 잘 되어 있다.
의령 번화가를 벗어나 단풍나무가 길 양쪽으로 우리를 안내하듯 도로를 따라 차량으로 정상부근의 팔각전망대 '한우정(寒雨亭)' 주차장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중간 중간 내려 보는 광경과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 단지는 한 폭의 그림이다.
정산부근 주차장에서 한우산 정상까지는 10분정도 올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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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높은 곳에 올라와서 불안한 정빈, 아빠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지만, 조금 뒤 적응하고 마치 놀이터처럼 뛰고 흙장난을 한다.
양쪽으로 형성된 억새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굽이굽이 흐르는 산등성이를 배경으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억새군락이 풍경과 어우러지는 장면은 장관이다.
탁 트인 사방으로 의령과 합천일대를 내려다볼 뿐만 아니라, 서쪽으로 망운산, 금오산, 광재산, 멀리 지리산 천왕봉, 옹석봉, 둔철산, 정수산, 황매산 등, 동쪽으로 국사봉, 천황산, 마타산, 화왕산, 역취산 등, 북쪽으로 오도산, 산성산, 가야산, 미승산, 대암산 등이 보이며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절경이다.
계단과 평단한 길을 따라 정상을 지나면 억새원을 만날 수 있다.
한우산 정상능선을 따라 펼쳐진 억새원은 산정상이라고 하기에는 평탄한 지형과 주변의 억새들과 어우러져 뛰어 놀기에 좋은 곳이다.
억새원은 경남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백패킹('짊어지고 나른다.', 'Backpacking', 1박 이상의 야영 생활에 장비를 갖추고 산과 들을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여행)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한우산의 명소, 도깨비 숲(설화원)을 찾았다.
아득한 옛날 한우산에는 눈부신 금비늘 옷을 입은 한우도령과 곱고 아름다운 머릿결을 가진 응봉낭자가 살고 있었다.
서로 평생의 사랑을 맹세한 사이였고, 둘의 아름다운 사랑을 한우산의 정령들과 꽃, 나무, 산짐승들과 축복해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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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우산에는 한우도령과 응봉낭자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사랑의 추억을 간직한 장소가 많이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도깨비 숲을 구경하면서 만날 수 있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하지만, 커다란 도깨비 형상 앞에서 도깨비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따라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우산은 억새 이외에도 봄철에는 철쭉이 군락으로 피어나 산 전체가 벌겋게 물들어 가족단위의 등산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햇살과 바람에 하얗게 일렁이는 억새군락은 가을 정취를 전하는 한우산에서 짧은 시간은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다.
경남에는 의령의 한우산 이외에도 많은 억새 명소들이 있다.
1. 야생화와 함께하는 은빛화원, 합천 황매산
봄이면 분홍빛 철쭉으로 유명한 합천 황매산(1,108m)은 매년 이맘때면 온몸으로 은빛 가을풍광을 선사한다. 해발 900m 고지에 펼쳐진 은빛물결 지평선을 만들어내는 억새를 두고 마치 '밤바다 갈치 떼가 춤추는 듯하다.'는 찬사를 보낸다. 지천으로 핀 야생화까지 어우러져 억새 길을 걸으며 가을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정상 부근에 장관을 이루는 억새 군락은 면적만 45만m²에 달한다. 억새 군락이 펼쳐진 바로 아래까지 차량 접근이 가능해 노약자도 고지대 억색평원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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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은빛 바다, 밀양 재약산
억새 여행지로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밀양 재약산(1,108m)을 빼놓을 수 없다. 밀양 8경으로 고원이 넓어 사자의 영토에 견줄만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사자평은 은빛 물결로 '천상의 바다'를 연상케 한다. 동쪽으로 능동산, 간월산과 간월재, 신불산을 거쳐 재약봉과 사장봉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영남 알프스 하늘 억새길'로도 유명하다. 전체 길이가 30km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긴 억새 탐방길이다.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억새밭을 구경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얼음골 부근 승강장에서 테이블카를 타면 직선거리 1.8km를 10여분 만에 오른다.
3. 철새 군무와 함께하는 억새, 창원 주남저수지
철새의 낙원,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는 이맘때면 억새 물결로 장관을 연출한다. 주남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탐방로에는 억새와 갈대가 만발해 차분한 가을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다소 일찍 찾아온 철새까지 덩달아 군무를 펼치면 주변으로 무리 지어 핀 억새와 어울려 억새여행에 분위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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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순한 산행 곁들이 억새여행, 양산 천성산
양산 천성산(922m) 정상으로 이어진 탐방로 주변을 완전히 뒤덮은 억새가 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새하얀 춤사위를 선보인다. 천성산 정상을 원효봉이라 부른다. 지역 산꾼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은수고개에서 원효봉, 화엄벌을 타고 넘는 억새 물결은 가히 장관이다. 원효봉까지 미처 다 오르지 못해도 부산 시내는 물론이고 영도 봉래산, 그 너머로 일본 대만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북쪽으로 신불산과 고헌산, 경주 남산, 서쪽으로 지리산도 희미하게 보인다.
5. 고원분지에 펼쳐진 하얀 물결, 창녕 화왕산
창녕 화왕산(757m)은 산세가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산 정상부가 사발 모양으로 움푹 파여 있어서다. 화산 폭발로 생긴 분화구가 고원분지를 만들었다. 가을날 화왕산에 오르면 널따란 분화구에 하얀 물결 넘실대는 억새 풍경을 볼 수 있다. 화왕산 억새평원까지 임도가 연결돼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산 정산의 분지는 화왕산성이 에워싸고 있다. 화왕산성 동문을 들어서는 화왕산 억새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성을 따라 등산로도 잘 다듬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