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동안 완연한 가을 날씨 덕분에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거제를 많이 찾았지만, ‘매미성’에 대해 알려지지 않아 낯설게 느껴진다.
마을입구에는 매미성 및 복항해변 방문객에게 진입도로가 좁아 접촉사고 및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 차량진입을 절대 금지하며, 도보 출입(약 150m)을 안내하고 있다.
조금만 어촌마을을 풍경, 다소 좁은 길을 따라 이동하면 탁 트인 바다가 답답한 가슴을 펑 뚫리게한다.
갯바위를 따라 지은 성벽이 바로 ‘매미성’이다.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분이 어느 누구의 도움없이 혼자 지은 성이다.
2003년 태풍 ‘매미’때 미래를 위해 사놓고, 심은 농작물이 한순간에 쓸려갔다고 한다.
어떤 태풍이 닥치더라도 농작물을 지킬수 있는 석축을 쌓기로 마음먹고 평일 저녁과 주말을 이용해 돌을 하나하나 쌓기 시작한 것이 성(城)이 돼 버렸다.
특별한 건축 기술과 설계없이 머릿속에 성 이미지를 상상하면 축대를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안가 절벽을 따라 하나하나 쌓은 수많은 돌이 성벽을 이루고 성에 올라가려면 왼쪽으로 조금 넓게 난 길을 따라 가면 된다.
주변에는 지금도 성벽을 쌓고 있는 듯 가져다 놓은 네모반듯한 돌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정상 부근에는 제법 넓은 밭이 보이는데, 전망이 너무 좋아 노후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덕도 방향으로의 거가대교와 드넓게 펼쳐진 바다, 맑은 하늘과 함께 어우러져 마음을 차분하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내부를 들어갈 수 있는 계단이 있고 두 갈래 길이 있는데, 모두 좁은 길이로 연결되어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해안절벽에 움푹 팬 곳에 연못을 만들어 놓았다.
마치 미로처럼 이어져 내부를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성 곳곳을 둘러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주변 광경과 어울려진 모습은 이색적이다.
성 앞에서 펼쳐진 몽돌해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잠깐 사색에 빠지는 것도 좋다.
한적한 어촌마을과 조용한 바닷가에서 매미성의 웅장하고 돌과 흙, 나무가 조화롭게 이루어진 모습은 이국적이며 현재 진행형으로 완성되었을 때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