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찾는 병원, 좋은 일보다는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은 곳이다.
평상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병원을 찾았을 때 중요성을 인식하는 '건강', 그래서 삶에서 중요한 것을 잠시 잊고 지낸 것에 대해 반성한다.
지난, 4년 전 아내 병문안을 온 친구들에게도 “앞으로 우리가 병원에서 만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말을 했다.
10년의 연예 끝에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결혼식을 올리고 하루하루 행복한 신혼생활을 했다.
하지만, 우연히 찾아온 아내의 아픔, 그동안 소중한 것을 잊고 지낸 나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결혼 후 자녀출산에 대한 준비과정에서 아내의 건강검진을 통해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받았다.
부산의 모 여성병원에서 아내의 기본적인 건강검진과 간단한 검사를 하고 돌아왔다.
몇일 뒤 병원에서 보호자와 함께 방문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부터 불안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아내 혼자 병원을 찾았다.
검사결과를 받은 아내의 전화기 넘어 당당한척하면서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에서 떨림을 느꼈다.
'갑상선 검사결과 : 악성', 처음 결과를 받고 악성의 의미가 갑상선암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아내의 설명을 듣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순간 그동안 죄 짖지 않고 열심히 살았고, 늘 이해만 바랐던 아내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이 밀려왔다.
부족하고 미안한 것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상처만 준 지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마음을 진정하고 아내를 위로했지만, 긍정적인 아내는 괜찮다며 다른 곳으로 전이되기 전에 발견한 것에 고마워했고 걱정하는 나를 위로해 주었다.
몇일 동안 아내와 고민하면서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들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몇 곳의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고 검사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오진에 대한 답변을 기대했지만, 마치 확인사살을 하는 것처럼 검사결과는 동일했다.
정보를 수집하고 수술여부, 병원, 담당 교수 등 갑상선과 관련된 주변 지인, 인터넷 등 다양하게 찾아봤다.
불행 中 다행으로 지인 분께서 부산 고신대학병원 이강대교수님을 소개시켜 주었다.
초음파와 검사결과지를 가지고 병원을 찾았고 면담 후 수술을 결정했다.
다정다감한 설명과 앞으로의 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셨고, 우려했던 걱정을 조금 내려놓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매일매일 고민하고 생각했다.
아내를 위해 조금이나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이직을 결심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먼저 결혼 이후 처음으로 아내와 강원도 여행을 떠났다.
직장을 핑계로 여행다운 여행을 못했지만, 더 늦기 전에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아내가 예전부터 보고 싶어 했던 강원도 양양 낙산사와 동해바다 등 즐거운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수술일이 다가왔다.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서 입원절차를 밟았다.
그동안 담담해 하던 아내도 어느덧 긴장한 모습, 아내 못지않게 마음속으로 불안감을 숨기고 애써 웃어보였다.
아내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혼자 수술실로 들여보낸 후 눈물이 흘렀다.
짧은 수술시간이지만, 밖에서 대기하는 동안 온갖 생각이 수 없이 지나갔다.
큰 문제없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힘든 시간을 잘 견딘 아내에게 고맙고 감사했다.
회복 및 입원기간 동안 간단한 산책과 그 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퇴원이후 주기적인 검진과 약 처방을 위해 고신대학병원을 찾을 때면 예전 입원했을 때 모습이 추억처럼 생각났다.
정빈이와 함께 병원을 찾을 때면 엄마의 건강이 회복되고 나서 찾아온 복덩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옆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족, 친구 등 소중함을 뒤늦게 알고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에 집중하고 노력하자!